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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남구시니어클럽] 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일가견 공모전 수기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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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1.♡.77.253) 댓글 0건 조회 760회 작성일 22-12-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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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노후생활의 소소(昭昭)한 즐거움

-김춘길 (대구남구시니어클럽 행복아파트택배 참여자)


지난 2021년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우연찮은 기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전국시니어클럽에서 2022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마지막 날에서야 확인하고 부랴부랴 대구남구시니어클럽을 방문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수입이 줄어든 데다 규칙적인 일을 해야 품위 있는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겠고, 원래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서 교통지도를 한다거나 신호기를 들고 학생들을 안내하는 대민업무는 썩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네 청소하는 것처럼 설렁설렁 일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이런 신체조건에 맞는 업무가 뭐가 좋을지 한참 고민을 하다 코로나 시국인 만큼 되도록이면 대민 업무보다는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택배일을 하게 되었다.

 

-산전수전(山戰水戰)과 각고면려(刻苦勉勵)의 시간-

사실 이 일을 하면서 초반에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무슨 일이든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택배일 경험이 많은 선배님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만큼 한번 젊음을 믿고 부딪혀보았지만 경험(經驗)이라는 쓴맛을 톡톡히 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고 본다.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5년 이상 몸담아 왔다고 하니 1만 시간의 법칙이 참으로 눈물 콧물 흘리지 않고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진리(眞理)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첫 번째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단말기(PDA)를 다루는 것이 어려웠다. 하기야 우체국 용어가 생소했지만 명색이 대학까지 나오고 컴퓨터를 다루는 데 그다지 문제가 없었지 않았는가 말이다. 왜냐하면 실시간으로 정보가 처리되는 문제로 굼뜨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할 때마다 이미 경험을 한 선배님들께 건건이 물어보는 것은 자존심도 상하고, 안 그래도 서로의 업무가 바쁜데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진땀을 흘려야 했다.

 

두 번째는 택배물건을 실어 나르는 카트가 지금까지도 애를 먹이는 도구였음을 이 지면을 빌려 말해야겠다. 선배님들의 카트는 물건을 쉽게 싣고 내릴 수 있도록 3면이 막혀 있는데, 내게 배당된 카트는 카트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그저 넓적한 바닥에 바퀴만 달린 것이어서 무거운 것이면 그나마 나은데 택배물건 생김새는 천차만별 아닌가. 그러니 물건을 적재(積載)하는 것이 책상물림인 내게는 난관(難關)이었다


세 번째는 아파트 구조를 잘 파악해서 동선을 최소한 짧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신경쓰지 않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그게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안정감 있게 하려면 일단 동선을 짧게 하되, 택배물건을 내리는 장소에서 카트를 보관하는 장소까지 짜임새 있게 구상해야 한다. 그것도 겨울 다르고 여름 다르고 눈비가 오면 또 다른 장소에서 하므로 그 세 곳에서의 동선이 다르다 보니 택배일 초반 석 달 동안은 지독히 애를 먹었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 택배 물건이 박스로 되어 있는 것은 빗물이 조금이라도 묻으면 물 먹은 솜처럼 찢어지거나 졸아들어서 배달하는 입장에서는 주민들 보기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다. 행여 내용물까지 훤히 드러나면 그 안의 물건을 분실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네 번째는 다른 팀원과의 합을 맞추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우체국 단말기가 국가의 자산이다 보니 일이 끝나면 그것을 우체국에 반납해야 해서 배달업무를 지체하게 되면 팀장이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것도 10분 정도면 괜찮지만 초반에는 무려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좀 느긋하게 배달을 마치고 단말기를 우체국에 직접 갖다 주자고 꾀를 낸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동수단이 내게 없다는 데 있었다. 한 번에 가는 버스 편이 없는 데다가 걸어서 가면 배달시간까지 합쳐 무려 대여섯 시간 곤욕을 치르게 되니 아예 그렇게 하기를 포기했다. 집에서 현장까지 거리라도 가까우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좋으련만 지하철로 반시간 걸리는 거리를 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평일 자전거를 지하철에 실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두르다 보면 정확하게 배달하기란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한쪽을 잘하자니 다른 한쪽을 소홀하게 되어 이런 문제로 선배님들과 여러 의견을 나누어봤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열심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는.

 

다섯 번째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택배일은 일종의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민원이 우체국 쪽으로 들어가면 모처럼 선택한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초짜라고 해도 매번 민원이 발생하면 물량이 깎일 수도 있고, 다음 사업연도 택배일을 배당받는 데 불리하지 않겠는가. 초반에는 물건 잃어버리는 것부터 잘못 배달되는 것까지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책임소재가 본인에게 있는 경우 배상해주면 간단히 끝나는 일이지만, 그 물건이 해외직구이거나 귀한 것이면 배상이 안 되는 것도 있어서 참으로 딱한 처지가 된다.

 

-노인일자리사업, 일거육득(一擧六得)의 기회가 되다-

지금까지는 그간 고생을 얘기했다면 택배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살펴보겠다. 우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 점이다. 이것은 건강과도 관련 있는 부분으로 현장에 계시는 선배님들과 합을 맞춰 이 일을 하게 된 것이 벌써 9개월차가 되었다. 무슨 얘기인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이는 달리 말해서 지금까지 선배님들이 지각하거나 결근한 적이 없이 꾸준히 다니시니 그나마 나이가 적은 나로서는 게으름을 필 수 없었다는 점을 고해야겠다.

 

둘째는 앞전에도 얘기했듯이 무릎 퇴화성관절염으로 저녁때마다 신천 둑방에 나가 만보운동 하던 것을 아침 일 나가면서 그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빨리 걷게 된 점이다. 빠른 걸음이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유산소운동을 하면 무릎 주변의 근육을 키워주어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해서 그런지 무릎이 시큼하던 것에서 점차 치유가 되는 효과를 보았다.

 

셋째는 경제적 보탬으로 또 하나의 노령연금을 든 효과를 본다는 점이다. 65세부터 노령연금을 타는 터수에 보너스처럼 받게 되니 윤택하지는 않더라도 집사람과 데이트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손주들 용돈을 챙겨줄 수 있는 것은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는 소소(昭昭)한 즐거움이다


넷째는 월배 2차아파트에 사시는 주민들과 인사를 함으로써 청각장애로 꽤나 대인관계를 꺼리던 상황이 많이 바뀌어 인사성이 밝아졌다는 점이다. 택배일 초반에 민원이 많이 발생한 것에 비해 지금은 안정적인 입장이어서 민원도 발생하지 않게 되니 자연히 주민들, 특히 어린아이들이나 반려견, 아니면 아파트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게 된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되고 서비스라는 직업에 참여한다는 사명감이 어느 정도 있다면 이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다섯째는 조그마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택배물건 하나를 배달하려고 29층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빈번한데, 어찌 보면 하찮게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정성을 다해야 하는 불문율(不文律)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 하나라도 배달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겁기만 한 택배물건이 있고 때때로 다른 아파트의 물건이 더러 섞여 있어서 꽤나 성가신 경우가 있다. 욕심 같아서는 택배물건이 가볍고 한꺼번에 여러 개 갖다 주었으면 싶지만 그렇게 욕심을 내면 과연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욕심을 버려야 스트레스 없는 노후생활을 즐길 것이 아닌가.

 

여섯째는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을 믿고 실천해 나간다면 나이 들어서의 인품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곱게 나이 들기를 원한다. 라면 한 그릇을 먹더라도 음식에 감사할 줄 알고, 주민들과의 사소한 인연이라도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택배일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 또한 노후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방편이다. 무엇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바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민들이나 청소하는 분들이 누른 엉뚱한 층이라는 것을 모르고 택배물건을 내려놓는 실수를 여러 번 경험하고 나니 이 택배일이야말로 치매(癡呆)에 걸릴래야 걸릴 수 없는 망외(望外)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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